2009. 5. 4. 15:22


illness - 병

직업이 직업이다보니 내가 만나는 사람 중에 많은 부류가 아픈 사람들이다.
가끔씩 만나는 친구들, 거래처 직원들 그리고 가족들 외엔 모두 상대하는 사람들이 병자이니깐..
어떨땐 그마저도 아픈 사람이 되어 나에게 이것 저것 묻곤 한다.

생전 연락 안오던 친구가 전화가 오면 백에 백은 거의다 자기가 아프거나 아니면 누가 아픈데 어떻게 하면 되냐... 뭐 이런 문의다.

특히나 저녁 10시 이후에 자주 전화오던 사람말고 전화가 오면 가슴부터 덜컥한다.

거의다 큰 스트레스는 아니지만 그래도 집에까지 와서 병 상담을 하려니 좀 측은한 기분이 들어서
가끔은 퇴근하면 전화기를 꺼 놓을까...라는 생각도 들기도 한다.

그 중에 가장 난감한 경우가 어느 대학병원 응급실, 혹은 외래에 왔는데 좀 어떻게 안되냐.....뭐 이런 부류의 문의다.
사실 나도 대학병원에서 나온지 오래되서 아는 사람이 없다....ㅠㅠ
그래서 부탁을 하려면 한다리 혹은 두다리 세다리까지도 건너서 부탁을 해야되니, 참 난감하기 이를때 없다.

그래도 친한 친구의 부모나 형제 등은 그것을 감수라면서라도 할 생각이 있는데,
문제는 친구의 친구의 부모의 친구, 친구 공장의 공장장 아는 사람...뭐 이런 경우인데...
거참...

한다리 두다리 건너서 부탁하는 나도 좀 그렇고, 부탁받는 사람도 좀 그렇다...
"만나면 말이나 좀 잘해주이소..." 뭐 이정도뿐이니....

각설하고..

어쨋든 아픈 사람때문에 먹고 사는 희안한 직업을 가지고있으니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오죽 답답하면 연락을 했으냐하고 생각하는거지 뭐..

근데 웃긴건,
내가 좀 아프면 걍 아무도 모르는 병원에 걍 간다는 사실.....
부탁하는게 참 거시기하기 때문이거든.


Posted by icob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