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이 직업이다보니 내가 만나는 사람 중에 많은 부류가 아픈 사람들이다.
가끔씩 만나는 친구들, 거래처 직원들 그리고 가족들 외엔 모두 상대하는 사람들이 병자이니깐..
어떨땐 그마저도 아픈 사람이 되어 나에게 이것 저것 묻곤 한다.
생전 연락 안오던 친구가 전화가 오면 백에 백은 거의다 자기가 아프거나 아니면 누가 아픈데 어떻게 하면 되냐... 뭐 이런 문의다.
특히나 저녁 10시 이후에 자주 전화오던 사람말고 전화가 오면 가슴부터 덜컥한다.
거의다 큰 스트레스는 아니지만 그래도 집에까지 와서 병 상담을 하려니 좀 측은한 기분이 들어서
가끔은 퇴근하면 전화기를 꺼 놓을까...라는 생각도 들기도 한다.
그 중에 가장 난감한 경우가 어느 대학병원 응급실, 혹은 외래에 왔는데 좀 어떻게 안되냐.....뭐 이런 부류의 문의다.
사실 나도 대학병원에서 나온지 오래되서 아는 사람이 없다....ㅠㅠ
그래서 부탁을 하려면 한다리 혹은 두다리 세다리까지도 건너서 부탁을 해야되니, 참 난감하기 이를때 없다.
그래도 친한 친구의 부모나 형제 등은 그것을 감수라면서라도 할 생각이 있는데,
문제는 친구의 친구의 부모의 친구, 친구 공장의 공장장 아는 사람...뭐 이런 경우인데...
거참...
한다리 두다리 건너서 부탁하는 나도 좀 그렇고, 부탁받는 사람도 좀 그렇다...
"만나면 말이나 좀 잘해주이소..." 뭐 이정도뿐이니....
각설하고..
어쨋든 아픈 사람때문에 먹고 사는 희안한 직업을 가지고있으니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오죽 답답하면 연락을 했으냐하고 생각하는거지 뭐..
근데 웃긴건,
내가 좀 아프면 걍 아무도 모르는 병원에 걍 간다는 사실.....
부탁하는게 참 거시기하기 때문이거든.
인턴부터 시작하면 벌써 8년째 병원이란 곳에서 근무를 하고 있다.
의사란 직업도 사람을 상대하기에,
사람 상대하는 직업이 늘 그렇듯,
어떤 사람과는 참 유대관계가 좋고 만나면 기분이 좋지만
어떤 사람과는 쌍욕을 하게되는 그런 상태도 부딪히게 된다.
사람과 사람이 상대하다보니 쌍욕을 하게되는 관계에 부딪히더라도
어떨땐 의사 잘못이, 어떨땐 환자 잘못이 있게 마련이니
여기선 왈가불가할 것이 아닌 것 같다.
내 전공이 전공이다보니 교통사고 환자를 보는 경우가 잦는데,
진단서 문제라던지 아니면 병원에 입원하는 기간이라던지 그런 점에서 마찰이 잦다.
어느정도 진단이 나오고 또 외상을 당한 환자의 경우엔 문제가 다르겠지만
특히 가벼운 접촉사고 등으로 병원에 오는 사람들과 마찰이 더 심한게 사실이다.
사실 경미한 타박상이나 염좌같은 경우엔 의학적으로 큰 의미가 없는 경우도 많고
환자가 아플수도 또 안아플수도 있지만
딱히 진짜 아픈지 안아픈지 모호한 경우가 참 많다.
이런 경우에 진단서 발급이 참 애매한데,
사실, 사고가 났고, 아프다는데 안끈어줄수도 없는 문제다.
보통 이런 경우 1-2주 정도 진단이 나오는데
이중엔 진짜 아파서 진단서를 발급받는 사람도 있지만
안 그런 사람도 참 많다. (보험회사에 제출을 하던, 아니면 경찰서에 제출을 하던 용도는 참 많다)
첨에는 여기저기 아프다고 검사도 다하고 진단서도 다 때고 (물론 자동차보험이므로 공짜겠지..)
4-5일 후에 가해자와 합의가 되었다면 괜찮다는 소견서를 받으러 오는 사람도 태반이다.
(괜찮다는 소견서를 끊어주는 경우는 없다, 나중에라도 딴소리하면 내가 다 뒤집어쓰는거니깐)
하여간...
참 돈이 이래저래 많이 새는 것 같다.
의사는 진단서 교부의 의무가 있으므로 진단서를 발급하지 않을수도 없는 문제고,
그로인해 진단서란 것이 참 많이 남발되는 경우가 많아 답답한게 사실이다.
사실 이러한 환자들 뒤치닥거리할때면 의사로서 회의가 많이 느껴진다.
대책은 없는 것 같고.
음...
어떻게 하면 될까.
정형외과하면 흔히들 골절 환자만 보는 것으로 아는 분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도 그럴것이 우리 부모님들 조차도 처음엔 그런걸로 이해하셨으니깐 말이다.
정형외과란
"사지와 척추 그리고 그 부속기의 형태와 기능을 내과적, 외과적 그리고 물리학적 방법으로 연구하고, 보존하며, 회복 및 발전시키는 의학의 한 분야"
라고 1960년 미국 정형외과 아카데리(American Academy of Orthopedic Surgery)에서 정의한 바 있다.
그러니깐 쉽게 이야기하면 가슴 및 배의 장기, 머리빼고는 다 정형외과란 표현이 맞는듯 하다.
팔이 부러졌든, 근육 및 신경, 혈관이 다쳤든, 근육이나 뼈, 신경에 종양이 있든, 팔, 다리에 관절염이 있든, 다 정형외과란 말이다.
인생을 살면서 결정을 내리는 일은 참 많타.
시험을 칠때 몇번을 찍을까..에서부터.
학교, 진로, 고민...
심지어 오늘 저녁은 무엇을 먹을까...에까지 말이다.
지금까지 생각해보면 난 결정다운 결정을 내린적이 없는 것 같다.
내 인생에 있어서 가장 큰 결정이 있었다면
(연예, 결혼을 제외하고)
바로 무슨과를 할것인가....였던 것 같다.
초,중,고때도 그리 스트레스 안받고 공부했던 것 같고 (생각해보면 요즘 애들은 참 불쌍한 것 같다)
수능때나 대학교 합격 발표때도 그다지 생각이 나질 않는다.
걍 흘러가는데로 놔두었다고나 할까...
본과 들어가서는 조금 스트레스를 받았지만 decision이라고 할꺼 까지는 없었고.
의대졸업하고 의사면허딸때도 당연히 붙는거라 생각했기에 그다지 생각에 없다.
다만 대학병원에 들어가서 과를 정할때.. 그리고 시험을 칠때.. 발표를 기다릴때..
그땐 참 많이 두근거리고 내 결정이 옳은것인가 참 많이 되물었던 것 같다.
대학교 다닐 때, 친구들을 만나면 이렇게 이야기하곤 했다.
"넌 그냥 학교공부만하고 하라고하는것만 하고 하면 다 되나 참 좋겠다.."
내가 생각해도 그렇긴 그런것 같다.
다만.
마냥 목표의식없이,
걍 흘러가는데로.
그저 흘러가는 강물에 띄워진 배에 공짜로 발을 올리듯,
그렇게 살아온 것만 같아서
서른을 훌쩍 넘은 내 인생에
과연 결정같은게 존재했을까란 물음에.
난 사실 커피를 좋아하지 않는다.
스타벅스니 이런 곳에 간 적이 손꼽을 정도니깐.
집에서나 외식할때나 거의 커피를 먹지 않는다.
가끔 외래에서 커피태워주면 먹는 정도?
얼마전 아는 동생이 씨에틀이라고 하는 커피 전문점 프렌차이즈를 오픈해서 가 본 적이 있다.
가서 이상 야릇한 이름의 커피들을 먹어보니.
음..맛이 괜찮더군...하는 생각이 들더라.
가서 이런데 거의 첨와봐.. 라고 하니 거의 문화적 해택을 못받은 사람처럼 보던데.
허허..
왠지 요즘 시대가 그런 곳에가서 to-go로 주문한 다음 한손에 들고 다녀야
제멋으로 여겨지게끔되어 있는게 아닌지는 모르겠다.
하.여.간.
커피는 싫타.
먹고나면 입이 너무 텁텁해....
그치만 메뉴가 뭔지는 좀 알아야 담에 무안을 좀 덜 당할듯..
고로.
한번씩은 간간히 가봐야것다.